모유수유를 시작하고 나면 제일 먼저 부딪히는 고민이 있습니다.
“도대체 뭘 먹어도 되는 거지?”
시댁 어른 말씀, 육아 카페 글, 인스타 정보까지 뒤섞이다 보면, 밥상 위에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이 다 위험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모유수유 엄마는 특별히 까다로운 식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합니다. 아주 다양한 음식을 재료 삼아도 충분히 좋은 모유를 만들어 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유제품을 다 끊고, 몇 달을 맹물에 삶은 닭가슴살만 먹을 필요도 없고, 카레 한 번 먹을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모유수유 중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실제로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냥 잊어도 되는 속설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구 근거를 바탕으로, 죄책감은 내려놓고, 한국에서 아기 키우며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모유수유 식단 가이드를 담았습니다.
아마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입니다.
모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대한소아과학회와 보건복지부 모유수유 가이드, 대한모유수유의학회 자료 등을 보면, 엄마가 먹는 음식이 모유의 일부 성분에만 영향을 줄 뿐이고, 그 변화도 아주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몸은 아기에게 가는 영양을 우선으로 합니다. 엄마가 충분히 먹지 못해도, 몸에 저장된 영양소를 끌어다 써서 어떻게든 아기에게 맞는 모유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고 엄마 식단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엄마의 체력, 기분, 회복,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식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 그 식단이 극단적일 필요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모유수유 중 유제품 먹어도 될까?
네, 아기가 실제로 소화기 증상이나 피부 증상 등 우유 단백 알레르기 의심 소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문제 없습니다.
우유, 치즈, 요거트, 아이스라테 한 잔까지, 대다수 수유부에게는 괜찮은 모유수유 음식입니다.
매운 음식과 모유수유
한국, 태국, 인도, 멕시코처럼 매운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는 나라에서도 엄마들은 모유수유를 잘 하고, 아기들도 잘 자랍니다.
마늘, 고추, 카레 향은 어느 정도 모유에 스며들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다양한 맛을 경험한 아기가 이유식, 유아식을 할 때 가족 음식에 더 잘 적응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국 엄마라고 모유수유 하는 1년 내내 맵지 않은 것만 먹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마늘과 모유수유
마늘을 먹으면 모유의 향과 맛이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독일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엄마가 마늘을 먹은 뒤에 오히려 아기가 더 오래, 더 적극적으로 젖을 빠는 경우가 있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마늘 먹으면 아기가 젖을 안 먹는다”는 말과는 반대이지요.
양배추, 콩, 브로콜리 같은 가스를 잘 유발하는 음식
어른이 이런 음식을 먹을 때 생기는 가스는 엄마의 장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이 가스가 모유로 바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아기들은 특정 단백질이나 당 성분에 예민할 수 있지만, 엄마가 브로콜리나 김치를 먹었다고 해서 대부분의 아기가 그때마다 배가 아파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엄마가 먹은 특정 음식을 아기가 여러 번, 일정하게, 반복적으로 힘들어하는 패턴이 보일 때만, 그때 그 음식만 골라 일시적으로 줄여 보거나 중단해 보면 됩니다. 애매한 불편함 때문에 마트 음식의 절반을 통째로 금지할 필요는 거의 없습니다.
‘모유수유 식단’이라고 하면 자꾸 ‘먹지 말아야 할 것’ 목록이 먼저 떠오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더 도움이 되는 생각은 이것입니다.
평소 건강한 식단에, 수유 때문에 늘어난 배고픔과 피로를 고려해 조금 더 유연하게 먹는 것.
가능하면 이런 식으로 구성해 보세요.
다양한 식물성 식품
제철 과일, 각종 채소, 콩류, 잡곡, 통곡물.
생것만 고집할 필요 없습니다. 냉동 채소, 냉동 베리, 통조림 콩(물에 헹궈 사용)도 수유부 식단에서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충분한 단백질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살코기, 생선, 두부, 콩, 렌틸콩, 병아리콩, 견과류, 치즈, 그릭요거트 등.
한 끼에 손바닥 크기 정도의 단백질 식품을 목표로 해 보세요.
좋은 지방
올리브유, 카놀라유, 들기름, 참기름, 아보카도, 견과류, 씨앗류, 고등어·연어 같은 등푸른 생선.
너무 기름진 튀김 위주가 아니라면, 수유 중에는 어느 정도 지방을 먹어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에너지를 채워주는 탄수화물
잡곡밥, 현미밥, 귀리, 통밀빵, 통밀파스타, 고구마, 감자 등.
흰쌀밥, 흰빵이 완전히 금지인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통곡물과 섞어 먹는 정도를 권장합니다.
신생아와 함께하는 현실 육아에서 ‘완벽한 식단’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기를 안고 한 손으로 겨우 먹은 치즈 토스트와 바나나도 훌륭한 한 끼입니다. 인스타 사진처럼 예쁜 모유수유 음식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모유를 만드는 데는 에너지가 꽤 많이 듭니다.
한국영양학회와 국내 산부인과, 소아과 가이드라인을 보면, 모유수유 초반 6개월 정도는 하루 약 400~500kcal 정도의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칼로리를 계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대략적인 감으로는,
임신 전부터 체중이 많이 나갔던 경우에는, 모유수유 과정에서 저장해 두었던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500kcal를 꼭 채워 먹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줄이지 말고, 내 몸의 배고픔 신호에 귀 기울이기입니다.
“모유수유 할 땐 물을 미친 듯이 마셔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분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일부러 억지로 참기 힘들 정도로 물을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략적인 기준으로는,
양을 일일이 재기보다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수분 공급원은 꼭 생수만이 아니어도 됩니다.
입 안이 바짝 마르거나, 두통이 잦고, 어지럽고 멍한 느낌이 든다면 수분이 부족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엄마 몸은 지금 엄청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유수유에 좋은 음식, 즉 수유부 식단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할 영양소를 따로 챙겨보면 좋습니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철분 저장량이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철분이 부족해도 피곤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나는데, 이 피곤함이 그냥 “육아하느라 힘든 거겠지” 하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철분이 풍부한 음식은
식물성 철분은 비타민 C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좋아집니다.
예를 들어, 시금치나 콩 요리를 먹을 때 귤, 키위, 딸기, 피망, 브로콜리 같은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같이 곁들이면 좋습니다.
임신 중 빈혈이 있었거나, 출산 때 출혈이 많았던 경우라면 산부인과나 내과에서 처방 받는 철분제를 일정 기간 더 복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임의로 고용량 철분제를 오래 먹는 것보다는, 검사 후 필요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칼슘은 뼈와 치아 건강에 중요하고, 모유를 만들기 위해 엄마가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엄마 뼈에서 칼슘을 끌어다 쓰게 됩니다.
수유 중 성인 여성은 하루 약 1,000mg 정도의 칼슘 섭취가 권장됩니다.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유제품을 전혀 먹지 않는다면, 나머지 음식만으로 권장량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식단 계획이나 보충제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 그중 특히 DHA는 아기의 뇌와 눈 발달에 도움을 주고, 엄마의 기분과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은
우리나라와 세계보건기구 권장 사항을 보면
생선을 잘 안 먹거나, 완전 채식·비건이라면
해조류(조류)에서 추출한 오메가3(알갈 오일) 보충제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수유부용 오메가3로 많이 권장됩니다.
비타민D는 뼈 건강, 면역 기능, 기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실내 생활이 많고,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는 환경에서는 햇빛만으로 충분한 비타민D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영양학회 등에서는
정확한 필요 용량은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고,
의사와 상의해 본인에게 맞는 용량의 보충제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요오드는 아기의 두뇌 발달과 엄마의 갑상선 기능에 필요합니다.
한국은 예전에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섭취가 많아 요오드가 부족하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식습관 변화로 과잉과 부족 모두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오드가 들어 있는 음식은
비건이거나, 유제품·생선을 거의 먹지 않는 경우, 또는 갑상선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요오드 섭취에 대해 내분비내과나 영양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요오드 보충제도 임의로 고용량을 복용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 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기까지는 “먹어도 괜찮은 것들”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진짜로 주의가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유수유 한다고 해서 커피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많은 엄마들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카페인은 모유로 어느 정도 전달되지만, 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내외 여러 기관(질병관리청, 영국 NHS 등)에서는 모유수유 중 하루 약 200~3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를 권장합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예를 들면,
에너지 음료, 고카페인 다이어트 약, 고카페인 음료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고, 다크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만약 아기가 유난히 잠을 못 자고 예민해 보이는데, 엄마가 하루 내내 커피, 차,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있다면, 일주일 정도 카페인 양을 확 줄여 보고 변화를 관찰해 보세요.
알코올은 ‘완전히 안전한 양’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외 기관에서는 대체로 모유수유 중 술을 권장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알코올이 모유에 들어가는 방식을 간단히 정리하면
모유수유 중에 어쩌다 한두 잔 정도 즐기고 싶을 때는
알코올 문제로 고민이 있거나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보건소 금연·절주 클리닉,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상의해 보세요.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됩니다.
여기부터는 개인차가 많이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일부 아기들은 엄마가 먹는 특정 음식에 조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유수유 피해야 할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들에는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기에게 공통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양파를 먹으면 꼭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엄마도 있지만, 김치찌개 한 냄비를 먹고도 아기가 아주 잘 자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실적인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그 음식을 뺐을 때 증상이 뚜렷이 좋아지고, 다시 먹었을 때 동일 증상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그 음식이 당분간 아기에게 예민한 음식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아기의 장이 성숙해지면서 다시 잘 먹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한두 가지가 아니라, 유제품, 콩, 밀가루, 계란 등 여러 식품군을 동시에 끊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면
영양 불균형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혼자 결정하기보다 꼭 소아과 전문의나 임상영양사와 상의하세요.
대부분의 아기에게는 엄마가 먹는 음식이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소수의 아기들은 실제 알레르기나 불내성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는 조기 확인이 중요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우유 단백 알레르기(CMPA) 입니다.
엄마가 먹은 소젖 단백질(우유, 치즈, 요거트 등)은 아주 작은 양이지만 모유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우유 단백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들은 이 적은 양에도 반응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이런 증상은 단순히 가스가 찼다거나, 하루 이틀 보채는 수준과는 다릅니다.
이럴 때는
의사의 지도 아래
콩, 계란, 땅콩, 견과류 같은 다른 알레르겐도 모유를 통해 전달될 수는 있지만, 우유 단백에 비해 빈도는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증상이 여러 식품과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혼자서 여러 알레르기를 진단하고 음식들을 마구 빼다 보면, 엄마의 영양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조정해야 합니다.
한국 소아과, 질병관리청, 대한모유수유의학회 등에서는
엄마가 비타민D를 먹는다고 해서, 일반 용량으로는 아기에게 충분한 양이 모유로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모유수유 아기에게 직접 비타민D를 떨어뜨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푸른 생선을 일주일에 1~2번 꼬박꼬박 먹는다면, 별도의 오메가3 영양제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DHA·EPA가 포함된 오메가3 보충제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어떤 영양제가 나에게 필요한지 헷갈린다면, 산부인과, 내과, 소아과(아기 진료 시 함께 상담) 또는 영양 클리닉에서 간단히 상담을 받아 보세요.
인터넷 판매처에서 “모유량 폭발, 기적의 영양제” 같은 과장 광고를 하는 고용량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참 많은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먹어야 한다”, “이건 절대 먹으면 안 된다”, “빨리 몸을 회복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쏟아집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억해 두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모유수유 음식이라고 해 봐야 미지근한 커피, 식어버린 밥, 과자 몇 개가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 자격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이,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
그 정도면, 엄마 몸은 이미 아기에게 충분히 좋은 모유를 만들고 있습니다.